-(으)ㄴ/는 것 같다
-(eu)n/neun geot gatda
다 보이는데도 일부러 창을 흐리게 한다
그림 김 서린 창으로 밖을 내다보는 느낌. 윤곽은 잡히는데 단정하지는 않는다. '것 같다'는 창에 김을 한 겹 씌우는 것, '-겠다'는 유리를 그대로 두고 본 것을 바로 말하는 것이다. 흐리게 두느냐 또렷하게 두느냐의 차이다.
-(으)ㄴ/는 것 같다 안에서 그림이 나타나는 자리
-
정말로 뿌옇게 보임
밖에 비가 오는 것 같아요.
ba-kke bi-ga o-neun geot ga-ta-yo
빗소리를 듣고 비가 온다고 짐작하는 말이다.
창밖은 보이지 않는데 유리에 부딪히는 빗소리로 짐작하는 그림
-
남의 사정은 흐리게
부장님이 지금 바쁘신 것 같아요.
bu-jang-nim-i ji-geum ba-ppeu-sin geot ga-ta-yo
부장님이 바빠 보인다는 말이다.
부장님 방 유리창에 서린 김을 굳이 닦지 않고 그대로 두고 보는 그림
남의 마음이나 형편을 단정해 버리면 무례하게 들린다.
-
지나간 일을 짐작
제가 길을 잘못 온 것 같아요.
je-ga gi-reul jal-mot on geot ga-ta-yo
길을 잘못 왔다고 뒤늦게 깨달은 말이다.
이미 지나온 길이 뒤쪽 창에 흐릿하게 남아 있는 그림
'온 것'처럼 -ㄴ이 붙으면 이미 벌어진 일을 가리킨다.
-
평가를 부드럽게
이 옷은 저한테 좀 큰 것 같아요.
i o-seun jeo-han-te jom keun geot ga-ta-yo
이 옷이 나에게 크다는 말이다.
거울 앞 내 모습은 또렷한데 말할 때만 한 겹 김을 씌우는 그림
가게에서 '안 살게요' 대신 쓰는 완충 장치다.
-
내 일인데도 흐리게
저는 못 갈 것 같아요.
jeo-neun mot gal geot ga-ta-yo
못 간다는 뜻인데 딱 잘라 말하지 않은 것이다.
내 일정표는 또렷한데 상대에게 보여 줄 창만 흐리게 두는 그림
자기 일정은 확실히 알면서도 이렇게 말한다. 거절을 부드럽게 하는 한국어의 기본기다.
한 그림으로
'것 같다'는 창에 씌우는 김 한 겹입니다. 정말 밖이 보이지 않을 때는 빗소리로 짐작하는 말이 되고, 남의 방 창은 굳이 닦지 않아 예의가 되고, 뒤쪽 창에 남은 길을 보면 지난 일의 짐작이 되고, 또렷한 거울 앞에서도 한 겹 씌우면 평가가 부드러워집니다. 내 일정처럼 내가 다 아는 일에도 씌울 수 있다는 점이 결정적이죠. 그러니 '것 같다'는 정보가 부족하다는 표시가 아니라, 단정하지 않겠다는 태도의 표시입니다.