안/못
an/mot
그 벽을 세운 사람이 나인가, 남인가
그림 가는 길에 벽이 하나 서 있다. 그 벽을 내 손으로 세웠는지, 누가 대신 세워 놓았는지만 다르다. 안·못은 동사 앞에서 짧게 막는 벽, '-지 않다·-지 못하다'는 말을 끝까지 세운 뒤 끝에서 뒤집는 스위치다. 벽을 세운 사람은 같고, 세우는 자리만 다르다.
안/못 안에서 그림이 나타나는 자리
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내가 세운 벽
저는 고기를 안 먹어요.
jeo-neun go-gi-reul an meo-geo-yo
고기를 먹지 않기로 한 사람의 말이다.
고기 접시 앞에 내가 직접 벽돌을 쌓아 올려놓은 그림
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상황이 세운 벽
차가 막혀서 못 갔어요.
cha-ga ma-kyeo-seo mot ga-sseo-yo
가려 했지만 길이 막혀 가지 못했다는 말이다.
가려던 길에 차들이 줄줄이 늘어서 벽처럼 앞을 막은 그림
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능력이 세운 벽
저는 수영을 못 해요.
jeo-neun su-yeong-eul mot hae-yo
수영하는 법을 모른다는 말이다.
물가에 서 있는데 물과 나 사이에 유리벽이 서 있는 그림
'수영 안 해요'는 할 줄 아는데 하지 않는다는 뜻이다. 문장이 완전히 달라진다.
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벽을 세운 적 없다고 해명하기
일부러 안 한 거 아니에요.
il-bu-reo an han geo a-ni-e-yo
고의로 빠뜨린 게 아니라는 말이다.
내 손에 벽돌이 없다고 두 손바닥을 펴 보이는 그림
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규칙이 세운 벽
여기서는 사진을 못 찍어요.
yeo-gi-seo-neun sa-ji-neul mot jji-geo-yo
이곳에서는 촬영이 금지되어 있다는 말이다.
카메라를 들자 촬영 금지 표지판이 벽처럼 앞을 가로막는 그림
규칙도 남이 세운 벽이라 '못'을 쓴다.
한 그림으로
안과 못은 길 위에 서 있는 같은 벽입니다. 고기 접시 앞에 내가 벽돌을 쌓으면 안 먹는 것이고, 도로에 늘어선 차들이 벽이 되면 못 가는 것이고, 물과 나 사이에 유리벽이 서면 못 하는 것이고, 표지판이 앞을 막으면 못 찍는 것입니다. 두 손바닥을 펴 '내 손엔 벽돌이 없다'고 해명하는 자리에는 다시 안이 옵니다. 그러니 물어야 할 것은 벽이 있느냐가 아니라, 그 벽을 누가 세웠느냐입니다.